지난 4일 일본 정부 ‘경제산업정책의 신기축’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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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게티이미지. |
[아시아뉴스 = 김영상 기자] 일본 경제 산업성은 지난 4일 제28회 산업구조심의총회에서 새로운 경제발전정책을 담은 ‘경제산업정책의 신기축(経済産業政策の新機軸)’을 발표했다. 해당 자료를 통해 일본 정부는 현재 주요 국가들의 디지털 그린 정책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일본 상황에 맞춘 일본형 디지털 그린 재정정책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이번 발표는 일본 내에서도 변화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는 공식적인 자료로 주목을 받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해당 발표에 앞서 선행한 ‘2021년 제조백서(모노츠쿠리 백서)’에서 향후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3가지 과제로 ‘공급망의 체질 강화(레질리언스)’, ‘디지털’, ‘그린’을 지적했다. 미래사회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3가지의 중대한 과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분석에서 더 나아가 ‘경제산업정책의 신기축’에서는 각각의 과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존의 일본의 산업정책을 살펴보면 일본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구조 개혁이 중심이 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위 자료를 보면 1985년~2008년 구조 개혁의 시기에는 규제 완화와 사회 인프라(공항, 철도, 통신 등)의 민영화, 경쟁 환경의 정비 등 ‘시장기능의 강화’가 주요 정책으로 ‘작은 정부’의 실현이 정부의 모습이다. 시장주의를 표명하는 일본은 정부의 적극적 개입보다는 민간기업에 의한 경제 발전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작은 정부’의 기조가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은 동일본 대지진(2011년) 등의 국가적 대위기를 겪으면서부터이다. 대규모의 자연재해는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주며 일본의 생존에 대한 위기감을 확신시켰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정부 정책이 필요했다. 아베 전 총리는 ‘아베노믹스’를 표명하며 대규모의 확장 금융 정책과 재정정책, 민간투자 확보를 위한 유인책 제공 등 대규모의 경제 부흥 정책을 통해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아베노믹스는 기존의 전형적인 일본 산업정책과는 다르게 성장 중심의 추진 전략을 통해 침체했던 일본 경제를 되돌리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대표적인 정책들은 비전통적인 금융완화정책, 적극적인 재정정책,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전략 등으로 이를 통해 일본 경제에 활력을 제공했다.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들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위축됐던 일본 기업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계기가 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성공과 관련해서 판단을 보류하더라도, 아베노믹스가 추구했던 구조 개혁과 체질개선에 대한 과제는 미완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아베 정권을 계승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스가 정권은 미완의 부분을 완성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으며, 내각부의 ‘규제개혁 추진회의’, 21년 9월에 ‘디지털 청’ 설립 등 구조적 개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경제산업성에서 발표한 ‘경제산업정책의 신기축’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새로운 정책은 변화하는 세계정세에 맞춘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성장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중국제조 2025’를 통한 강력한 국가 중심의 정책을 통한 빠른 성장, 미국 바이든 정부의 ‘공급망 강화전략’ 등 주요 선진국들의 정부 주도의 강력한 성장전략들은 일본에 큰 위기의식을 안겨 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도 기존의 시장 주도형 성장이 아닌 정부 주도의 계획적인 산업 정책으로의 전환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기축의 중심이 되는 것은 ‘미션형’ 전략으로 기존의 산업별, 분야별 성장 전략이 아닌 일본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위한 통합적 발전 전략이다. 이는 기존 일본의 구조가 각 분야별 의사 소통의 단절과 협력의 어려움을 타파하고 ‘미션’을 중심으로 융합적인 해결을 모색한다는 점이 핵심으로, 기존의 이노베이션 성장 전략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모습으로 보인다.
기존의 이노베이션 전략은 해당 산업·분야·기술의 성장을 위해 민·관·학의 연계를 중요시했다면 미션형 발전은 사회 문제 해결이나 이상향을 위한 다양한 분야 간의 협업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
새로운 정책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경험하면서 일본 사회의 디지털화 지연 문제, 안전 제일주의, 행정 절차의 낙후, 의사결정의 지연 등 다양한 문제점이 수면 위로 부상되면서 이에 대한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 미래 사회에서 낙오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돼 있다. 기술 발전에서의 문쇼트(야심적인 혁신), 페일 퍼스트(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여 학습) 등 기존의 일본에서 보기 어려웠던 표현 등이 드러나 있어 변화에 대한 절실함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으로 인한 4차 산업혁명의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일본은 근본적인 변화보다는 기존의 체제 속에서의 선택적 수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베노믹스를 통해 일본 경제의 부흥의 단서는 찾아낸 것으로 보이나 구조의 개혁이 수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19라는 재해 속에서 일본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또 이를 뒷받침하듯이 일본 정부는 앞서 언급한 ‘경제 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 방침’ 성장 전략을 지난 18일 각의 결정하고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본 경제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변화를 향한 노력이 과연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변화에 둔감했던 일본 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킬 동력을 어디에서 발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던져봐야 할 것이다. 단순히 정부의 추진 계획이 아닌 일본 사회가 모두 공감해 참여할 수 있는 ‘가치’나 ‘화두’를 제시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도 이번 성장 전략에 단순히 기존 내용을 입으로만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가 많이 있다.
현지 무역관은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전반적인 공감, 그리고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빈틈없이 추진하는 문화 등에 비춰보면 정부 중심의 변화 추진이 성공할 경우 매우 빠르게 일본 사회가 변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라며 “일본 정부는 이번 정책 변화를 계기로 기존의 산업 정책을 다시 검토하며 시대의 변혁에 맞는 ‘산업정책의 신기축’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kysang@asia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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