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비상사태 영향 경제회복 더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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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게티이미지. |
[아시아뉴스 = 최진승 선임기자] 지난 2월 1일 미얀마 비상사태 발생 이후 3개월이 지났다. 당시 미얀마 군부는 정권을 장악하고 1년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비상사태 발생 당일 인터넷과 전화가 차단됐으며, 다음날 인터넷 접근이 차단되고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됐다. 비상사태 1주일 후에는 전국적으로 시위가 확산했으며 일반 시민, 의료진, 공무원의 시민불복종운동(CDM: Civil Disobedience Movement)이 일어났다. 거의 모든 은행이 영업을 중단했으며, 대다수의 상점과 기업이 문을 닫았다. 물류와 통관 서비스도 CDM의 영향으로 중단됨에 따라 경제활동이 급격히 감소했다.
5월 현재 미얀마 경제는 외견상 비상사태 이전의 모습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에서 회복하려는 시점에 발생한 미얀마 비상사태로 인해 다시 과거의 성장세를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은 미얀마 군부 인사 및 관련된 사업들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이후에도 제재대상(SDN) 명단 추가 지정, 긴급 수출제한 조치, 미국 내 미얀마 자산 동결, 정부 프로그램에 대한 원조 중단 등을 시행했다.
그러나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교역과 투자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아직 제재의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국제사회의 미얀마와 교역 및 투자 감소가 예상되며, 미얀마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현지 생산과 수출에도 지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투자회사관리국(DICA: Directorate of Investment and Company Administration)에 따르면 올해 신규 등록된 기업은 1월에 1373건에 달했으나, 비상사태 발생 이후 2월에 188건, 3월에 163건을 기록하며 1분기 신규 등록기업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했다. 지난해 월별 기업 등록 수는 1월에 1415건, 2월에 1298건, 3월에 1015건이었다.
3월과 4월에도 군부에 저항하는 시위와 시민불족종운동이 지속했다. 대규모 시위에 대해 군부가 무력진압을 실시하면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국제사회도 군부의 진압활동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다만 군부가 기존 여당 정치인, CDM 참가자, 시위 주도자를 대대적으로 체포하면서 대규모 시위가 감소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공무원이 직장에 복귀했다. 4월 신년 연휴 이후에는 시위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은행과 물류가 점차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미얀마 민주 진영 및 소수민족 대표들은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를 창설하고 시민방위군(People’s Defense Force)을 구성했다.
5월이 되면서 다수의 은행이 영업을 재개했으며, 대다수의 공장과 상점들도 문을 열기 시작했다. 현재 양곤시는 외견상 비상사태 발생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미얀마 시민들과 민주진영은 아직 군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산발적인 저항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정치범지원협회(AAPP: Assistance Association for Political Prisoners)에 따르면 5월 5일 기준 군경의 진압에 의해 사망한 사람은 769명에 이르고 3,696명이 체포됐다. 5월 현재 양곤, 만달레이 주요 도시를 비롯한 곳곳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등 저항활동이 일어나고 있으나 아직 인명피해는 없다.
비상사태 발생 이후 국내정치 불안 및 수출 감소로 인해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유가 또한 환율 상승 및 수입 감소로 인해 휘발유 기준 40%가 상승했다. 미얀마는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상승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비상사태 발생 이후 은행 영업이 중단되고 금융에 대한 신뢰가 감소하면서 뱅크 런(bank-run)이 우려되고 있다. 5월 현재에도 은행 창구를 이용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ATM기기에 줄을 서야 한다. 미얀마중앙은행은 뱅크런을 우려해 지난 3월 1일 인출가능금액을 개인은 주당 200만 짜트, 기업은 2000만 짜트, ATM 이용자는 하루 50만 짜트로 제한했다.
그러나 현금부족현상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며, 5월 KBZ은행은 ATM에서 하루 최대 인출 가능 금액은 20만 짜트이며, 일주일에 2번만 인출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지난 6일에 중앙은행 부회장 윈 또(Win Thaw)는 시중은행과 화상회의를 진행했으며, 현금 인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중앙은행은 현지 은행의 최소 현금 보유 비율을 5%에서 3%로 하향 조정했다.
현지 전문가는 “미얀마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미얀마의 고용, 수출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인 봉제업의 회복이 화두인데, 현재 유럽, 일본, 한국 등 주요 발주처에서의 주문이 크게 감소한 상황으로 금융, 물류 등이 완전히 정상화돼야 신규 주문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지난 5일 코로나19로 금지했던 대학원, 대학교 등교를 재개했다. 그러나 대학교수의 80%가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하고 있으며, 학생들도 교육을 받지 않겠다고 거부하고 있어 사실상 휴교가 계속되고 있다. 군부는 지금까지 15개의 대학교에 근무 중인 교수 및 행정직원 1683명에 대한 직위해제를 발표했으며, 국가행정위원회는 신문을 통해 교수 구인 광고를 내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내달 1일 개학을 발표했다. 대학교의 경우 교수들과 학생들이 대부분 CDM를 참여해 등교를 거부하고 있으나, 초·중·고등학생들의 경우 지난해 6월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을 하지 못해 학업이 1년 늦어지고 있다.
일부 대학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강의를 진행했으나 초·중·고등학교들의 경우 인구가 많으며, 인터넷이 되지 않는 지역도 존재해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학교에 군경들이 배치돼 있어 시위발생이 우려되고 학생들의 안전 문제, 최근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폭발 사건,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으로 등록을 거부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다.
최진승 기자 jschoi@asia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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