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상황 많이 악화하면 / 추가 금리인하 고민해야할 것”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가운데 한국은행도 추가 인하의 문을 열어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일 오전 출근길에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우리나라 상황을 보고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연준의 결정을) 우리 금리의 추가 인하와 곧바로 연결시킬 수 없지 않겠냐"면서도 "상황이 많이 나빠진다면, 정책적 대응을 해야 될지는 당연히 고민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 총재는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해 "금리를 내리고 자산 축소를 조기에 종료한 것은 당초 예상에 부합한다"면서도 "연준 의장이 이번 금리 인하를 정책 중간 조정 성격으로 강조하면서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지표에 의존하겠다는 발언을 해 시장에서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완화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 총재는 "해외 투자은행(IB)과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인하 기대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준이 미국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이번에도 밝힌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두고 `매파적 인하`라는 발언이 나올 정도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 총재는 추가 인하 가능성에 확실히 무게를 뒀다.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한은만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 양국 간 금리 역전 폭이 최대 1.00%포인트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한은(1.75%→1.50%)과 연준(2.25~2.50%→2.00~2.25%)이 금리를 한 차례씩 내리면서 현재 역전 폭은 0.50~0.75%포인트다.
시장도 한은의 연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이어갔다. 박태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채권팀장은 "연준이 생각보다 덜 완화적이었지만 한은이 추가로 인하하는 데 지장은 없는 수준"이라며 "한은도 속도를 조절하겠지만 4분기에 내리는 데 부담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6월과 7월 사이 한은 총재의 스탠스가 전향적으로 바뀐 이후 시장 의견을 많이 듣는 편인 것 같다"며 "오늘 발언도 금리 인하를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할지도 변수로 꼽힌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 협상을 아직 예단할 수 없어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며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도 큰 리스크지만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정해 통화정책을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오르내림을 반복하다가 전날 대비 7.21포인트(0.36%) 떨어진 2017.34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올해 1월 4일(2010.25)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틀 연속 올랐던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7.92포인트(1.26%) 급락해 622.26에 마감했다. 코스피에서 개인 투자자는 오후 12시 10분쯤부터 ‘팔자’로 돌아서 860억원어치를 내다 팔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약 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각각 1070억원과 230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191.10원까지 치솟았다가 전날 대비 5.40원 오른 118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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