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 내뽑' 게임 속 레어템··· 문제는

최진승 선임기자 최진승 선임기자 / 기사승인 : 2021-02-24 16:40:38
  • -
  • +
  • 인쇄

▲ 넥슨의 서든어택 게임 이미지/ 사진= 서든어택 공식페이지 갈무리.

 

[아시아뉴스 = 최진승 선임기자] 레어템은 온라인 게임에서 좋은 아이템을 뜻하는 말이다. 좋은 아이템이란 게임에서 이기거나 신기록을 세우기 위한 지름길 격이다. 게임을 하다보면 잘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내 돈주고 내가 뽑는' 이른바 '내돈 내뽑'으로 아이템을 채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원하는 아이템만 나오면 좋으련만 게임사의 시스템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의 아이템 판매가 랜덤형 뽑기 방식인 탓에 기존에 보유중인 아이템을 또 뽑는다거나 심지어 원하지 않는 아이템이 걸리기도 부지기수란 게 게임 마니아들의 일성이다.

 

이렇듯 게임에서 어떠한 아이템이 뽑힐지 알 수 없는 랜덤(Random) 방식으로 아이템을 구입하는 시스템은 ‘가챠(Gacha)'라고 한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손잡이를 돌려 무작위로 캡슐을 뽑는 일본의 가챠폰(ガチャポン)이란 말에서 시작된 게임용어다.

 

최근 이 아이템 구입 방식을 두고 말들이 많다.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게임사가 같은 아이템을 두고도 소비자마다 확률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부터다. 정해진 시스템 탓에 많은 돈을 써도 원하는 아이템 나올지는 미지수란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사실 게임사의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난발은 이용자들의 해묵은 불만중 하나였다. 이달 초 인기 게임인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어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넥슨(카트라이더)과 넷마블(A3) 등 다른 게임사들도 마찬가지란 '물타기 성'의 탄성만 컸다.

 

소비자 불만에 손들고 나선 건 정치권이다. 게임사들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국회가 이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게임사 확률형 아이템의 주요 방식인 '가챠 시스템'에 심각한 사행성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명분에서다.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행성 관련 유관기관의 한 관계자는 "사행성을 판단 할 때, 일단 시작은 했는데 제대로 끝을 맺지 못하면 극도로 아쉬워하는 상태를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한다"며 "가챠 방식도 원하는 걸 못 얻고 비용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사행성이 짙은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24일 해당 법안을 추진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게임업계는 여러 차례 주어진 자정의 기회를 외면했다"며 "게임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얼마인지 의무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법제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게임사의 아이템 확률 공개와 정부의 직접 관리 등이 골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란 지적도 있다. 지난 20여년간 일선의 게임회사들이 각각의 비용을 들여 연구하고 개발해 온 아이템 지급 시스템은 일종의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업 활동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국내 게임산업업계가 가뜩이나 무차별적인 중국발 게임 공세로 세계시장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주요 수익원인 게임 아이템의 제공 방식에 정부가 개입해 규제를 가한다면 자칫 국내 게임산업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의 입장은 완강하다. 게임의 사행성은 만큼은 정부 규제의 틀 안에서 반드시 관리되야 한다는 것으로, 더욱이 게임 아이템 구입에서 '가챠 시스템'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과 게임사 간의 치열한 경쟁이 소비자의 '내돈 내뽑'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 등은 간과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넥슨 등 게임업체에 시정 및 공표 명령과 함께 10억원여의 과징금을 부과한 일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시 공정위 측은 판결문에서 "구매자는 유료로 뽑는 아이템 각 퍼즐의 확률이 같다고 생각하고 돈을 지불했겠지만 퍼즐 확률은 일정하지 않았고 일부는 0.5∼1.5%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쉽게말해 내가 원하는 아이템은 10번 찍어도 1번 나오기 쉽지 않은 반면 10번중 8~9번은 이미 내 손에 있는 아이템인 셈이다. 또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상에 수 백만원을 들여 본인이 원하던 게임 레어템을 드디어 장만했다며 눈물을 보였던 한 인플루언서의 감격도 그리 과장된 건 아니었단 얘기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이 불완전한 정보로 사행성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하지만 게임업계도 사행성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데다 관련 법에 의거해 사용 금액과 시간 등을 제한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핀 셋 법안' 보다는 기존 법을 보완해 시정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최진승 기자 jschoi@asianews.news

[저작권자ⓒ 뉴스타임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진승 선임기자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사회

+

종교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