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로 양극화된 문화 속 ‘윈윈’없는 딜레마에 놓이는 목회자들

노승빈 / 기사승인 : 2025-09-25 20: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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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Unsplash

 

지난주 16일(화) 토드 피셔(Todd Fisher)의 이메일 수신함은 목회자들이 최근 문화적 쟁점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어떤 교인은 메일을 통해 목사가 찰리 커크(Charlie Kirk)의 죽음을 설교에서 언급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또 다른 교인은 그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오클라호마 침례교 총무인 피셔는 ‘뱁티스트 프레스(Baptist Press)’에 “내가 받은 이메일이 몇 개였는지 세기도 어려웠다. 이 문제가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를 그제야 깨달아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게 되었다. 많은 목회자들 역시 충격을 받았는 점을 전하며 놀라워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목사들에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성도들에게 목회자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이해해 달라는 그의 글에는 앨라배마주 동료 릭 랜스(Rick Lance)를 비롯해 1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고, 200회 이상 공유됐다. 목회자들이 복음을 전하면서도 커크 암살 같은 사건을 교회 분열 없이 다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과연 가능한 일인가?

이처럼 민감한 주제에 발을 들여놓으면, 아무리 명확해 보이는 사안이라 해도 회중의 일부는 반드시 반대하게 마련이다. 교인들의 80%가 목회자가 설교에서 시사적 이슈를 다루기를 원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있지만, 현실에서 목사들은 화난 성도들을 마주하게 된다.

피셔는 많은 목회자들이 커크가 교인들에게, 특히 젊은 층에 끼친 문화적 영향력을 잘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의 죽음이 회중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목회자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피셔는 “나에게 연락한 목회자 중 약 70%는 교인들이 ‘충분히 말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했다”고 말했다. 목회자들이 ‘이 나라가 어려운 때를 지나고 있다’ 정도로 언급했지만 커크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반면, 나머지 30%는 애초에 그의 이름이 언급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피셔는 “목회자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누군가는 화를 내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이른바 ‘윈윈’ 없는 상황에 놓인다. 상황은 복잡하고, 우리 문화는 극도로 양극화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5년여 동안도 목회자들은 수차례 이 같은 갈림길을 경험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교회를 이끄는 스트레스는 목회자들의 절반가량이 사역을 그만둘까 고민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그 예측은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목회 현장은 여전히 이런 사건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셔는 “목회자가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는 건 어렵다”면서, 목회자들에게 지금부터라도 이런 때 함께 도울 팀을 세우라고 조언했다. 일부는 교회 직원들과 팀을 꾸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목회자 혼자일 수 있다. 그러나 목회자가 파악한 회중에 대한 이해를 스스로 하찮게 여기지 않는 동시에, 피드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셔는 30년 목회 경험을 바탕으로 “목회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점은 우리는 진정한 목자 되시는 그리스도의 돌봄을 대신해 지역 교회를 맡았다는 사실이다. 회중을 잘 파악하고, 복음에 집중하면서 교인들에게 도움과 위로, 격려, 지혜를 주는 응답을 준비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뱁티스트 프레스에 따르면, 코로나19와 함께한 문화적 갈등은 목회자들에게 공동체 안에서 서로 의지하는 법을 가르쳐 준 계기가 됐다. 피셔는 “이런 상황에서 교회의 리더들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은 목회자에게 ‘혼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줄 수 있다. 목회자가 모든 결정을 떠맡아 외롭게 혼자 고립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알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이것은 팬데믹을 통해 배운 교훈이기도 하다. 그때 우리는 엄청나게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고, 교회 안에서 서로 도움을 청하는 관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교회 성도 역시 이 과정의 핵심이다. 실제로 피셔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대상도 성도들이었다. 그는 “목회자도 사람이지 않은가”라며, “담임목사의 자리에 앉아 본 사람만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인지, 그리고 동시에 교회를 복음 사명에 집중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합의를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길 원한다. 교회의 연합을 세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일부 교인을 화나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항상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고 목회자를 모욕하거나 막말하는 건 옳지 않다. 그건 잔인한 일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 고통은 목회자의 아내와 자녀에게까지 번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목회자를 그렇게 대할 때, 그 무게와 파장을 사람들이 좀 더 이해해 주면 좋겠다.

이어, 목회자들에게 권면하고 싶은 것은 모든 것을 복음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목회자로 부르셨다. 때로는 어려운 사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일을 감당할 지혜와 공급을 반드시 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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