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세종시 문화관광재단이 오는 25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올해 첫 기획공연 ‘사물놀이–본향(本鄕)’을 선보인다. 사물놀이 창시자인 이광수 명인이 이끄는 (사)민족음악원과의 공동 기획으로, 2024년 지역 대표 예술단체 지원 사업 선정작이기도 하다. 제목처럼 ‘본향’은 사물놀이의 근원으로 돌아가 우리 장단의 뿌리를 재확인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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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세종문화회관 |
사물놀이는 꽹과리·징·장구·북, 네 가지 악기로 구성된 전통 타악 연주 형태다. 시작은 1978년, 당시 국악계의 젊은 연주자들이었던 김덕수·이광수·최종실·김용배가 모여 만든 첫 무대에서 비롯됐다. 본래 들판과 마당에서 벌어지던 농악을 공연장 무대 위로 옮겨온 혁신적인 시도였다.
사물놀이는 즉흥성과 리듬의 복합성으로 인해 짧은 시간에 국내외 음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덩덕쿵덕’의 단순한 박동 속에서도 긴장과 해방, 질서와 혼돈이 교차하는 사물놀이의 세계는 한국인의 정서와 공동체적 리듬을 집약한 예술로 평가받았다.
1980년대 이후, 사물놀이는 세계 각지의 공연장에서 ‘Korean Percussion’으로 불리며 한국 공연예술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민족음악운동의 상징이자 ‘한국적 현대음악’의 한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사물놀이는 초·중·고 예술교육, 대학 국악과 민간예술단체 등으로 뻗어 나가며 다양한 세대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1980~90년대 1세대 명인들이 닦아 놓은 기반 위에, 젊은 연주자들이 현대적 해석과 융합 공연을 시도하는 세대교체의 시기가 진행 중이다.
중심에는 여전히 창시자 이광수 명인이 있다. 그는 (사)민족음악원을 통해 후학을 양성하면서 전통 장단의 원형을 지키는 동시에 세계 음악과의 교류를 꾸준히 이어왔다. 이번 공연의 주역인 ‘사물놀이 한맥’ 또한 그러한 전통 계승의 산물이다. 제23회 예산 전국 사물놀이 경연대회에서 종합 대상을 수상한 이 팀은 탄탄한 기본기와 세련된 무대 감각을 겸비한 젊은 연주자 집단으로 평가받는다.
‘사물놀이–본향’은 제목 그대로 사물놀이의 원형적 에너지로 돌아가는 여정을 담는다.
공연은 축원과 고사 덕담을 노래하는 ‘비나리’로 문을 연다. 이후 이어지는 ‘삼도 사물놀이’, ‘퉁소와 사자춤’ 등은 장단의 폭과 리듬의 다층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사자춤과 퉁소의 결합은 의식과 놀이가 공존하는 한국적 퍼포먼스의 본질을 무대 위에 구현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지점은 ‘기교’가 아닌 ‘혼(魂)’이다. 이광수 명인의 예술철학이 깃든 작품답게 무대는 하나의 의례, 하나의 서사로 진행된다.
세종문화예술회관이 올해 첫 기획 공연으로 ‘사물놀이–본향’을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통예술을 시민과 다시 연결하고 “우리의 소리를 우리의 무대로 되돌려 놓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기 때문이다. 공연은 전석 무료로 진행된다. 지역민이 국악을 부담 없이 접하고, 전통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려는 공공문화기관의 사명과도 맞닿아 있다.
최대원 세종문화예술회관 공연사업 실장은 “전통 타악기의 원형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해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본향’은 리듬으로 전통의 숨결을 되살리는 시도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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