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세계를 체험하는 연극 ‘라스트 호프’

권수빈 기자 / 기사승인 : 2025-11-04 1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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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선보이는 해외초청 공연 ‘라스트 호프(Last Hope)’가 오는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충정로 모두예술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 작품은 칠레의 공연창작단체 콜렉티보 쿠에르포 수르(Colectivo Cuerpo Sur)가 제작했으며, 1%의 시력만을 가진 배우 힐다 스닙페(Hilda Snippe)와 퍼포머 에바나 가린(Ébana Garín)이 출연해 시각을 상실한 사람이 세상을 경험하는 또 다른 방식을 무대 위로 펼친다.

 

‘라스트 호프’는 전통적인 ‘보는 공연’의 개념에 질문을 던진다. 시각이 중심이 되는 세상에서 배우들의 속삭이는 언어와 몸짓은 관객의 감각을 열고, 이미 본 것과 기억 속 경험까지 끌어내며 새로운 방식의 인식을 유도한다. 힐다 스닙페의 개인적 경험과 감각이 작품 전반에 녹아 있어 관객은 ‘보이지 않는 배우가 보는 세계’를 체험하는 독특한 여정을 따라가게 된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시각 장애 체험을 넘어 접근성과 포용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이다. 네덜란드에서 사회활동가로 활동해 온 힐다 스닙페는 유전성 안질환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30여 년간 장애예술과 접근성 운동을 이어왔다. 그의 시선과 경험은 무대 위에서 예술적 표현으로 승화되며, 관객은 일상의 시각 중심 구조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또한 콜렉티보 쿠에르포 수르의 사회적 주제 탐구—기억, 정체성, 영토—와 결합하여, 작품은 개인의 경험을 사회적 맥락과 연결하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사진=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초연 당시 이 작품은 감각적 몰입과 독창적 시선으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전통적인 극적 서사보다 감각적 체험 중심의 구성이 돋보이며, 시각 중심 사회에 대한 섬세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예술적·사회적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 특히 촉각 청각, 공간 인식 등 다중 감각을 활용한 공연 기법은 관객에게 깊은 몰입과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관객은 무대에서 ‘보는 것’을 넘어 느끼고 상상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안데스산 설원을 촉각과 감각으로 체험하는 장면이나 배우들의 미세한 움직임과 속삭임은 무대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며, 시각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공연은 국내 최초 장애예술 표준공연장 모두예술극장에서 펼쳐지며, 시각 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접근성 고려와 함께 장애예술인의 문화예술 생태계 확장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라스트 호프’는 공연 관람을 넘어 시각 중심 사회를 다시 성찰하고, 감각과 기억을 통해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예술적 실험이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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