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뷰] 천재와 광기의 경계에서…뮤지컬 ‘니진스키’, 불멸의 도약

권수빈 기자 / 기사승인 : 2025-04-10 12: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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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플레이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그는 무대 위에서 신처럼 날았다. 그러나 무대 밖에서는 끝없이 추락했다.”


뮤지컬 ‘니진스키’가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2019년 초연, 2022년 재연을 거쳐 2025년 3월 25일부터 6월 15일까지 서울 예스24아트원 1관에서 공연되는 이번 시즌은 한 천재 예술가의 고통과 광기를 예술의 언어로 다시 번역해낸다.

바츨라프 니진스키(Vaslav Nijinsky, 1889~1950)는 20세기 초 러시아 출신의 발레리노이자 안무가로, 종종 “신이 내려준 육체”를 지닌 남자라 불린다. 그는 ‘로맨틱 발레’에서 ‘현대 발레’로의 전환기를 연 혁명적 존재였다. ‘목신의 오후’, ‘봄의 제전’ 등 그가 창조한 안무는 기존의 우아한 움직임을 넘어 원초적 본능과 인간의 내면을 거칠게 드러냈다. 그러나 혁신의 대가로 그는 혹독한 내면의 붕괴를 겪었다. 정신분열증(조현병)으로 인해 무대에서 내려온 그는 스위스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일기에는 “나는 신과 대화한다. 그러나 세상은 나를 미쳤다고 부른다”라는 문장이 남아 있다.

뮤지컬 ‘니진스키’는 바로 그 ‘광기와 천재의 경계에 선 예술가’의 이야기를 무대 위로 되살린다.

작품은 프랑스 파리의 벨 에포크(Belle Époque)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화려한 문화의 중심에서 러시아 발레단 ‘발레 뤼스(Ballets Russes)’를 이끈 제작자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등 예술계의 거인들이 한 무대에서 얽힌다.

니진스키 역에는 정휘, 박준휘, 신주협 세 배우가 캐스팅돼 각기 다른 결의 니진스키를 선보인다. 디아길레프 역의 김종구, 조성윤, 안재영 그리고 스트라빈스키 역의 크리스 영, 김재한, 박선영 등이 긴장을 이끌며 현실과 예술의 충돌을 무대 위에서 입체적으로 구현한다.

이번 시즌은 이전보다 예술과 인간의 간극을 더 깊이 파고든다. 니진스키의 삶을 비극으로 그리기보다 그가 예술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하려 했던 인간임을 보여준다.
 

사진=쇼플레이

우선 무대 연출을 확장해 니진스키의 ‘무의식’을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됐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흐리며, 관객이 그의 내면 속을 직접 체험하는 구조를 택했다. 환각 장면에는 조명과 영상이 결합돼 현실과 환상이 겹쳐지는 니진스키의 정신세계를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또 기존 클래식 발레 음악에 현대적인 편곡이 더해졌다. 특히 ‘봄의 제전’의 선율을 모티프로 삼은 오프닝 넘버는 이번 시즌의 백미로 꼽힌다. 다른 캐릭터들도 심화를 거쳤다. 디아길레프와 스트라빈스키의 서사가 강화되고, 니진스키와의 예술적 대립과 감정선이 더 명확해졌다. 이를 통해 ‘예술가들의 공존과 경쟁’이라는 드라마로 확장됐다.

‘니진스키’는 무엇보다 예술의 광기를 ‘인간의 언어’로 번역한 작품이다. 니진스키의 내면이 춤, 음악, 조명, 배우의 감정 연기로 맞물리며 관객에게 다층적 경험을 제공한다. 심리극과 무용극의 결합에는 연극적 내러티브와 발레적 움직임이 공존한다. 니진스키와 그의 또 다른 자아인 분신이 대화하는 장면은 작품의 핵심으로, ‘예술과 정신의 경계’를 상징한다. 스승이자 연인이었던 디아길레프와의 복잡한 관계는 예술가의 욕망과 의존, 파멸의 드라마를 압축한다.

니진스키는 춤으로 인간의 본능과 신성을 동시에 탐구한 예술가였다. 그의 춤은 기록 속에만 남아 있지만 그의 정신은 작품을 통해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다. 뮤지컬 ‘니진스키’의 3년 만의 귀환은 “예술은 어디까지 인간을 구원하고 또 파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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