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의 빛,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비추다

우도헌 기자 우도헌 기자 / 기사승인 : 2025-05-07 1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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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5월, 전북 익산시 금마면 구룡마을 대나무숲이 새로운 생명의 서식지로 복원된다. 익산시는 이곳을 대상으로 ‘반딧불이 서식처 보존 및 조성사업’을 추진하며, 자연 생태의 순환을 되살리는 본격적인 첫 걸음을 내딛었다.


구룡마을 대나무숲은 영화 ‘최종병기 활’, 드라마 ‘추노’의 배경으로 이름난 명소다. 이 곳이 환경지표종 ‘운문산반딧불이’(Luciola unmunsana)가 서식하는 귀한 생태 공간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진=익산시

깨끗한 물, 맑은 공기, 일정한 습도와 빛 공해가 없는 환경이 아니면 반딧불이의 빛은 결코 피어나지 않는다. 반딧불이가 돌아왔다는 것은 인간이 잠시 멈추었을 때 비로소 자연이 회복을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익산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반딧불이가 안정적으로 번식할 수 있는 생태 조건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태 교육, 환경 보전, 친환경 관광을 아우르는 복합 생태문화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운문산반딧불이는 우리나라 고유의 반딧불이로, 서늘하고 깨끗한 계류 주변을 서식지로 삼는다. 애벌레는 민물 달팽이·지렁이·작은 무척추동물 등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서식지의 토양 오염도나 수질 상태는 곧 반딧불이 생존의 척도다. 운문산반딧불이 인공조명에 극도로 예민해 ‘빛 공해(light pollution)’가 없는 어두운 밤을 필요로 한다. 그들의 불빛은 짝짓기 신호이자 생존의 언어이기에 작은 조명 하나의 간섭도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익산시는 생태 전문가와 곤충학 박사들이 참여하는 정밀 서식 분석 및 복원 연구를 병행한다. 구룡마을 대나무숲 일대는 2026년까지 일시적으로 탐방이 제한되며 훼손된 대나무와 먹이생태 복원을 위한 장기적인 생태 휴식기에 들어간다.

익산시가 이같은 사업에 주목한 이유는 지역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지구의 온난화와 도시 확장, 야간 조명 증가로 인해 반딧불이는 이미 한 세대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생명이 되어가고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수질 악화는 반딧불이뿐 아니라, 그 생태망을 구성하는 모든 생물의 생존을 위협한다. 이런 시대에 반딧불이 서식지 복원은 작은 생명에서 시작하는 지구의 회복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익산시는 구룡마을을 ▲청정 생태 복원지 ▲환경 교육 플랫폼 ▲야간 생태관광 명소로 발전시켜, 시민과 방문객이 함께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문화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익산 구룡마을 대나무숲은 잠시 문을 닫지만 이는 ‘멈춤’이 아닌 ‘회복’의 시간이다. 반딧불이의 빛은 생명의 신호이자, 인간이 자연과 다시 화해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다. 그들의 미세한 빛은 인간이 잊은 자연의 질서를 되새기며 도시의 네온보다 훨씬 오래 기억될 것이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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