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노래가 될 때” 40회 근로자가요제

우도헌 기자 우도헌 기자 / 기사승인 : 2025-05-01 14:23:32
  • -
  • +
  • 인쇄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노래는 내 삶의 기록이자, 동료들에게 전하는 위로였습니다.”


지난 4월 11일 서울 여의도 KBS홀 무대 위에 선 한 참가자의 말이다. 그는 대장암 투병 중에 무대에 올랐고, 마이크를 잡은 순간 “아픈 사람에게도 삶의 리듬은 멈추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노래로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근로자가요제는 1985년 첫 회를 시작으로, 매년 전국의 산업현장 근로자들이 참여해온 대표적인 노동문화 행사다. 1980~90년대 초창기 대회는 노동의 고단함을 위로하고, 산업현장의 연대감을 음악으로 표현하던 시절이었다. 반면 2000년대 이후로는 ‘가족’, ‘꿈’, ‘도전’ 등 개인의 서사를 담은 노래들이 늘며 노동자의 삶이 한층 다양하고 섬세하게 표현되기 시작했다.

올해 근로자가요제는 근로복지공단 창립 30주년을 맞아 ‘왕중왕전’으로 치러졌다. 역대 수상자 127팀이 다시 모였고, 12팀이 본선 무대에 섰다. 출산 직후 노래를 포기하지 않은 참가자, 퇴근 후 매일 회사 창고에서 연습했다는 직장인 밴드 등 무대는 그 자체로 ‘노동의 서사’였다.

노동은 오랫동안 경제적 활동으로만 규정돼 왔다. 그러나 근로자가요제는 이를 문화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현장에서의 감정, 협업의 기쁨, 생계의 무게 같은 감정들을 노래로 표현한 것이다. 삶의 리듬을 예술로 환원하면서 산업사회의 피로를 치유하는 문화적 행위라 할 수 있다.

왕중왕전 입상자들에게는 고용노동부 장관상, KBS 사장상,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상 등 상장과 상금이 수여됐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자부심’이 더 크다 말했다. 직장과 가정, 병마와 육아를 병행하며 준비한 노래 한 곡이 누군가에게는 회복의 노래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연대의 신호가 된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앞으로 전국 근로자 문화예술제의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공단 관계자는 “근로자의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등 다양한 문화 참여 기회를 확대해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문화적으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저작권자ⓒ 뉴스타임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우도헌 기자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사회

+

종교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