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뷰]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시카고의 그림자를 무대 위로

권수빈 기자 / 기사승인 : 2025-03-27 14: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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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카포네 트릴로지’는 2014년 에든버러 프린지에서 최고의 히트작으로 선정된 제스 로컴튼(Jess Locumton) 프로덕션의 작품이다. 2015년 국내 초연 이후 연극 팬 사이에서 꾸준히 사랑받아 온 스테디셀러로, 3월 재개된 이번 시즌은 원작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국내 관객에게 최적화된 무대로 재탄생했다.

 

사진= 아이엠컬처

원작은 1923년부터 1943년까지 시카고에서 벌어진 세 건의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며, 악명 높은 마피아 알 카포네가 장악한 어두운 세계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조명한다. 각 에피소드가 75분씩 진행되며 관객은 사건의 목격자가 된 듯한 생생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한국 공연에서는 번역과 각색을 통해 문화적 맥락을 보강했다. 영어권 관객에게 익숙한 표현과 한국 관객의 이해도를 고려해 대사를 조정했고, 일부 사건 전개와 캐릭터 심리 묘사를 한국 관객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도록 다듬었다. 또 무대 공간을 소극장 100석으로 제한하며 관객과 배우의 거리를 좁혔다. 이로써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고, 사건의 몰입도와 현장감이 극대화됐다.


국내에서 ‘카포네 트릴로지’가 처음 소개된 것은 2015년 초연이다. 당시에도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국내 재연은 몇 차례 진행됐고, 이번 2025 시즌은 초연 연출을 맡았던 김태형 연출이 다시 참여해 원작의 정수를 살리면서도 배우 구성과 무대 연출에서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국내 공연의 특징은 옴니버스 형식의 에피소드별 집중력과 배우들의 다중 캐릭터 소화력이다. 올드맨·영맨·레이디라는 세 캐릭터가 각각 다른 사건에서 서로 다른 역할로 변주되며, 관객은 배우의 연기력과 무대의 긴장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이번 시즌 ‘카포네 트릴로지’는 연출과 연기력, 몰입감에서 극찬을 받았다. 프리뷰 공연 관객들은 “한 배우가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이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어 사건의 목격자가 된 기분”이라며 열광했다.


한국 공연은 원작 재연을 넘어 공간과 시간의 재구성을 통해 관객 경험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극장 중심의 공연 구조는 관객이 사건 속으로 빨려 들어가도록 유도하며 배우와 관객 간 긴장과 에너지가 살아 있는 연극적 체험을 제공한다.


다만 옴니버스 구조 특성상 각 에피소드 간 연결과 서사의 리듬을 유지하는 데서 일부 관객이 혼동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력과 무대 연출이 이를 충분히 상쇄하며 사건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이 훨씬 크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카포네 트릴로지’는 범죄극 이상으로 시카고 마피아 시대의 인간 군상과 권력 구조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연극이다. 한국 무대에서는 배우들의 압도적 연기력과 소극장 무대 구성, 세밀한 번역·각색이 더해져, 원작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국내 관객에게 맞춘 ‘현장감 있는 체험형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이 보여주듯 한국 관객의 몰입형 연극에 대한 갈망과 가능성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연극이란 그저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목격자가 되는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카포네 트릴로지’는 한국 소극장 연극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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