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빛의 여정, 바다를 건너 다시 서울로

권수빈 기자 / 기사승인 : 2025-01-13 17: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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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클로드 모네의 붓끝에서 수련은 시간과 빛의 각도에 따라 보랏빛, 에메랄드빛, 분홍빛으로 끊임없이 변했다. 그 순간의 색을 붙잡으려는 집요한 시도가 인상주의의 시작이었다.


19세기 중엽, 프랑스 미술계는 여전히 고전주의의 그늘에 있었다. 종교화와 역사화만이 진지한 예술로 인정받았고, 일상의 풍경이나 변화하는 자연의 빛을 그리는 일은 하찮은 소묘로 치부됐다. 하지만 1874년, 파리의 한 사진관 2층에서 열린 전시에서 세상은 새로운 색을 마주했다.
 

사진=우스터미술관 소장 클로드 모네 ‘수련’

모네, 르누아르, 피사로, 드가, 시슬리, 세잔 같은 예술가들은 기존의 미학을 거부하고, 순간의 인상(impression)을 화폭에 담았다. 그들의 그림은 선명한 원색과 빠른 붓질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공기감으로 가득했다. 비평가들은 “벽지보다 못한 그림”이라 조롱했고, 언론은 ‘인상주의(印象主義, Impressionism)’라는 이름을 비아냥조로 붙였다. 그러나 세상은 점차 인상파 화가들의 시선에 익숙해졌고, 그들의 빛의 언어는 회화의 근본을 뒤흔들었다.

인상주의의 뿌리는 모네의 자연, 르누아르의 인간, 피사로의 일상, 세잔의 구조적 시선으로 나뉜다. 그들의 제자이자 후예들은 이 전통을 이어 후기 인상파(Post-Impressionism) 로 확장시켰다. 고흐의 불타는 감정, 고갱의 상징적 색채, 쇠라의 점묘법은 모두 인상주의의 빛에서 태어난 변주였다.

오늘날 인상파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일깨운 예술 혁명으로 평가된다. 디지털 시대에도 모네의 수련과 르누아르의 인물화는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색채와 감각의 본질을 탐구하는 현대 미술가들에게 여전히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15일부터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ALT.1에서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전이 개막한다. 미국 우스터미술관의 소장품 50여점으로 꾸며진 전시로, 모네를 비롯해 르누아르, 피사로 등 유럽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존 싱어 사전트, 제임스 휘슬러 등 미국 작가들까지 총 39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들을 소장한 우스터미술관(Worcester Art Museum)은 인상주의의 가치를 가장 먼저 알아본 미국 미술관이다. 1898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설립된 우스터미술관은 변호사이자 정치인이었던 스티븐 솔즈베리 3세가 창립한 문화기관으로, 고대 유물부터 현대 미술까지 4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1910년, 당시 관장이던 필립 J 젠트너는 프랑스 파리의 뒤랑뤼엘 갤러리에서 모네의 《수련》을 3500프랑(현재 가치 약 9400만 원)에 구입했다. 당시 대부분의 미술관이 인상주의를 “실패한 예술”로 평가하며 구매를 미루던 때였으나 이사회에 작품을 직접 보여주기도 전에 구입을 승인했다는 전보 기록은 그들의 확신이 얼마나 과감했는지를 보여준다.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 전시는 프랑스에서 시작된 인상주의의 빛이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모네의 1908년작 《수련》을 비롯해 르누아르의 인물화, 피사로의 풍경,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은 미국 화가들의 작품이 함께 선보인다. 특히 빛과 색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순간의 감각을 구현한 작품들이 디지털과 조명 연출을 통해 관람객의 체험형 전시로 재해석된 점이 눈길을 끈다. 전통적 유화의 질감과 최신 전시 기술이 결합하면서 관람객은 마치 모네의 정원 ‘지베르니’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을 예정이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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