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위고비’, 청소년에게도 허용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가 이제 성인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3일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를 12세 이상 청소년 비만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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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이번 조치는 단순히 새로운 치료 옵션의 등장이 아니라 ‘비만은 더 이상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질병’이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공고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청소년 비만은 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니라 향후 당뇨, 고혈압, 지방간,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건강 신호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한국 성인 3명 중 1명(약 34%)이 비만이며, 소아·청소년 비만율 역시 최근 10년간 급격히 상승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운동량은 줄고 배달음식, 가공식품 섭취가 늘면서 10대 청소년 비만율은 2008년 8.7%에서 2023년 15%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현대의 생활방식이 청소년기의 신체 리듬과 대사 기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이 약물은 GLP-1 수용체 작용제로, 식후 혈당을 조절하고 식욕 억제 및 포만감 지속에 영향을 준다. 임상시험에서 체중의 최대 15%까지 감소하는 효과가 입증되면서 ‘다이어트 주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기술이 그렇듯 그 이면에는 대가가 따른다. 구역질, 구토, 변비, 복통과 같은 소화기계 부작용을 비롯해 췌장염 및 담낭 질환 위험 증가, 심박수 상승 및 두통과 피로감 같은 부작용이 보고됐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식욕 저하와 함께 불안·우울감 증가가 보고되기도 했다.
또한 식약처는 “12주간 투여 후 BMI가 5% 이상 감소하지 않으면 치료를 중단하고 재평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즉, 약물은 살 빼는 기적이 아니라 도구일 뿐이라는 것.
비만은 단순히 ‘먹는 문제’가 아니라 생활, 감정, 사회 환경이 얽힌 총체적 현상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비만을 관리하려면 여러 가지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우선 식문화를 재정비해야 한다. 초가공식품, 단맛 위주의 식단을 피하고 자연식 중심의 식습관을 회복해야 한다. 단백질과 식이섬유, 충분한 수분 섭취는 필수적이다. 또 움직이는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 ‘운동’도 중요하지만 ‘활동’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버스 한 정거장 전에서 걷기 등 생활 속 움직임이 체중 유지의 열쇠다. 비만은 스트레스와도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정신적 요인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불안과 우울, 수면 부족은 식욕 조절 호르몬(렙틴·그렐린)의 균형을 무너뜨리므로 생활 습관의 개선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체중을 줄이는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인간의 몸은 결국 자연의 리듬 위에서 작동한다. 약물은 새로운 문을 열어주지만 그 문을 지나 더 건강한 삶으로 걸어가는 일은 결국 개인의 습관과 문화의 몫이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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