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목사들, 교회 내 AI의 명암을 논하다

노승빈 주필 / 기사승인 : 2025-11-02 22: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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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ㅣUnsplash

 

인공지능(AI)의 보급이 일상화되면서 흑인 영적 지도자들은 긍정적 전망과 위험 사이에서 길을 모색하고 있다. ‘소저너스(Sojourners)’는 30일 기사를 통해 AI 자료 출처 윤리, 목회라는 창의적 작업에서 기술 역할, 그리고 환경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교회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이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2024년 바나 그룹(Barna Group)의 조사에 따르면, 목회자의 78%가 마케팅 보조 수단으로 AI를 사용하는 데 편안함을 느끼며, 58%는 커뮤니케이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블랙 처치 식량안보 네트워크(The Black Church Food Security Network)’의 창립자 헤버 브라운(Rev. Heber Brown III) 목사는 이러한 수요를 업무 과중의 징후로 해석했다. 브라운은 “종교 지도자가 된다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었다. 해야 할 일의 목록은 언제나 길었고, 오늘날의 그 목록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길다. 종교 지도자들의 어깨 위에는 상당한 무게의 책임의 무게가 얹혀 있다”고 말했다.

인디애나 대학교(Indiana University)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흑인 교회는 다른 교회보다 파산 보호법 11조 신청 가능성이 세 배 높았다. 또한 2021년 바나 보고서는 흑인 성인들의 교회 참여 의향이 1996년 90%에서 2020년 74%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칸 아메리칸 문화유산 행동 기금(African American Cultural Heritage Action Fund)’이 주도한 ‘흑인 교회 보존(Preserving Black Churches)’ 이니셔티브 같은 지원 프로그램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교회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흑인 신앙 지도자들은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AI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디트로이트 세컨드 배티스트 교회(Second Baptist Church) 목사 로렌스 W. 로저스(Rev. Lawrence W. Rodgers)는 “AI를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활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AI의 흐름을 탈 기회를 얻었다. 교회는 자원이 부족한데 AI는 일종의 인력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하이오 주 감리교 신학교(Methodist Theological School in Ohio)의 도서관장 겸 AI 컨설턴트인 일론다 클레이(Elonda Clay)는 목회자들이 AI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식을 관찰했다고 한다. 클레이는 “영적 공동체 내에서 AI 사용은 매우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바로는 많은 목사들이 설교, 예배 계획, 이메일 등 가능한 모든 업무를 AI를 통해 자동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AI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흑인 지역 사회에 집중적으로 세워지고 있는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들은 환경적 책임감을 느끼는 일부 흑인 신앙 지도자들에게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브라운은 “우리 교회의 교인들이 오염된 산업시설로 인해 호흡기 질환을 앓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면, 어떻게 영적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환경 정의 옹호자이자 ‘더 피플스 저스티스 카운슬(The People’s Justice Council)’ 창립자인 마이클 맬컴(Rev. Michael Malcom) 목사는 AI 데이터센터의 확산을 “존재적 위협”이라고 표현했다. 맬컴은 “가장 무서운 점은 이 문제가 충분히 연구되거나 규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신앙 지도자로서 가진 유일한 힘은 목소리를 통한 영향력이다. 우리는 긴박감을 가지고 경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소저너스에 따르면, 한 연구 논문은 생성형 AI의 성장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효율성 향상 노력과 “정반대 방향으로 간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연구는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기의 탄소 집약도가 전국 평균보다 48% 높다고 밝혔다. 흑인 공동체는 이로 인한 피해뿐 아니라 금전적 부담까지 지고 있다. 맬컴은 “비용은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전기요금이 오르고, 심지어 일부는 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신청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역사는 산업 발전이라는 이름 하에 흑인 공동체가 희생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석유화학 공장과 정유 시설이 주로 흑인 거주 지역에 밀집해 있다. 연구자들은 이 지역의 질병 발병률이 급증한 것을 이유로 들며 이곳을 “암 골목(Cancer Alley)”이라 불렀다. NAACP 산하 ‘클린에어 태스크포스(Clean Air Task Force)’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칸 아메리칸은 백인보다 38% 더 오염된 공기에 노출되어 있다.

올해 5월, 테네시 주 멤피스(Memphis)에서는 흑인 주민들은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엑스AI 콜로서스(xAI Colossus)가 배출하는 오염물질 반대 운동을 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는 좀처럼 늦춰질 기미가 없다. 버지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지에서도 개발업체들이 새로운 부지 확보를 추진 중이다.

미국의 환경 규제 완화 분위기를 두고 ‘크리에이션 저스티스 미니스트리즈(Creation Justice Ministries)’의 전무이사 에이버리 데이비스 램(Avery Davis Lamb)은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램은 “현재 미국 내 모든 환경법이 위태롭다. 깨끗한 물과 공기, 안전한 거주 환경을 보장하는 기본적 보호 장치들이 이윤을 위해 희생되고 있다. 그 탐욕의 한계를 아직 보지 못했다”고 램은 말했다.

멤피스의 어비스시니언 선교 침례교회(Abyssinian Missionary Baptist Church) 담임목사 얼 피셔(Rev. Earle Fisher) 역시 같은 불안을 표했다. 피셔는 “데이터센터가 특정 지역 사회에 어떻게 부과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피셔 목사는 흑인 신앙 공동체가 이러한 압력에 맞서는 데 있어 고유한 힘과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그는 “이러한 일들에 대한 저항이 있다면, 그 첫 번째 목소리는 신앙 공동체에서 나올 것이다. 우리는 각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흑인 신앙 공동체는 그 교차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더 피플스 저스티스 카운슬은 10월 11일 ‘마이너스 AI(Minus AI)’ 캠페인을 출범시켰다. ‘마이너스 AI’ 캠페인은 사용자가 데이터 검색 시 “-ai”를 입력함으로써 검색 엔진이 AI를 활용하지 않도록 유도할 것을 권장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소외된 공동체가 AI를 거부하거나 선택할 권리를 보장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클레이는 “영적 실천 논의에는 AI를 거부하거나 저항할 권리에 대한 대화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흑인 기독교인들과 공동체가 “이 기술을 사용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결코 포기하거나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맬컴은 ‘마이너스 AI’ 운동이 체계적 변화를 촉진하길 바라며, “1,200만 명이 AI 사용을 중단할 수 있다면, 기업과 입법자 모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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